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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단상

'벚꽃 엔딩을 위하여 꽃보다 아름다운 삶을 쓰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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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90회 작성일 21-03-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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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삭둥이로 태어나 찬밥신세로 자랐다. 어머니가 요강에 소변을 보다가 태어났다고 요순이라고 이름 지었다. 할머니는 늘 오빠와 남동생은 따뜻한 누비옷을 입혔고 잠을 잘 때도 아랫목에서 키우셨다. 나는 요강 옆 윗목에 밀어 놓고 키우셨는데 감기도 안 걸리고 자라는 게 강한 몸을 타고났다는 얘기도 종종 하셨다. 오빠와 남동생은 농삿일을 잘 시키지도 않았는데 유독 내게는 호미를 쥐어주고 밭일을 시키시는 어머니가 어린 마음에 야속했다. 친구들이 놀자고 부르러 와도 놀러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일하던 손에 지금은 관절염이 찾아와 눅눅한 날이면 마디마디가 저릿저릿 저려온다. 열이 나는 파스를 붙여도, 뜨거운 찜질팩도 붙여보았지만 그때뿐이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원망도 했다. 그러나 이제 나이들어 생각해보니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온 세월을 힘이 되어드리지 못한 자식으로서 후회만 남았다.’


인간은 누구라도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갖고 태어난다. 그러함에도 상처로 가득한 게 인생살이인 걸까. 어린 시절 상처를 받은 사람은 평생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걸까. 자라면서 부모에게 들었던 비수 같은 말들은 어른이 되어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평생 마음에 비수가 되어 고통받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이 사랑할 줄 안다'는 말이 있다. 함부로 취급당하고 살아왔다면 자식을 낳고 키울 때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화내고 함부로 상처를 줄 확률이 높다. 그만큼 어린 시절의 크고 작은 상처는 성인이 되어도 내면에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상처 입은 ‘내면 아이(inner child)’라고 부른다. 정서적 학대나 결핍으로 내면에 성장하지 못한 ‘성인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아직도 어린 시절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산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상처로 인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정서적으로 힘들어한다.


유년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정신분석이나 심리학 상담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글쓰기를 통한 치유와 관련해 다양한 강의나 도서도 많이 발간되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내면의 상처를 밖으로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는 동안 내면에 우는 아이를 불러내 왜 그렇게 슬픈지, 속상한지, 아픈지를 알아차리게 하는 과정으로 활용되고 있다.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만든 칼 융은 이런 주장을 했다. 우리 내면에는 태어나기 이전에 지니고 있는 ”고유한 나“(Self라 부르는 인격)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상처받은 나 이전의 나는 상처받을 수도 없고 상처에 노출되지 않은 아주 ‘고유한 나’라는 것이다. 그것을 원형적인 나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인생(자아 ego-로서의 인격)이라는 것은 결국 상처받지 않은 그 고유한 자기(Self)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가 쓴 연금술사는 바로 이런 내용을 소설화한 것으로써, 자아신화 창조자로서 의 ‘나’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누구나 입 밖으로 내지 못할 부끄러움도, 죽고 싶을 만큼 어려움에 처한 상황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것을 켜켜이 쌓아 놓고 견뎌내는 자신이 기특할 때도 있지만, 바로 그런 것들이 마음의 병이 되고 정신을 옭아매는 올가미가 되기도 한다.

글을 쓰는 행위는 이러한 마음의 한을 고백하는 작업이다. 글을 쓰고 나면 스스로 깨닫게 된다. 폭발할 것 같은 분노도 가라앉히며 정신을 맑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글이라는 것을. 막상 꺼내놓고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는 일도 어두운 내면에서는 더욱 크게 자리할 수 있다. 내 안에 쌓아둔 어두운 기억이 있다면 꺼내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무엇을 꺼내는 작업이다. 내 안에 나도 다 모르던 상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추억으로도 남아 있지만 깊은 상처로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도 있다. 기쁘고 사랑했던 기억들은 글로 표현되는 순간 더 또렷해지고, 아픔이나 상처들은 어두운 곳에서 나와 빛을 보는 순간 살라져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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