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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칼럼

'벚꽃 엔딩을 위하여 꽃보다 아름다운 삶을 쓰다'

장애를 넘어 희망세상과 만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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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19-09-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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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을까. 일자리 없이 삶을 영위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일은 삶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 평범한 사람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데,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일자리 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등록된 장애인만(2016년 기준) 약 244만명, 전체 인구의 5% 정도를 차지한다.

여기에 등록을 안 한 장애인을 합하면 숫자는 더 많다. 그 244만명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36.1%.

일반인들의 고용률이 약 61% 정도라고 하니까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임금을 받는 장애인 근로자는 59만5000명 정도.

문제는 61%나 되는 36만3000명이 비정규직 근로자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일반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33% 정도니까 두 배 가까운 셈. 게다가 양질의 일자리도 아니다. 언제든 해고될 수 있고, 임금이나 복지에서

상대적으로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함께 어우러짐’
이러한 상황과 비교해 본다면 희망세상보호작업장(원장 허만종, 이하 희망작업장) 사람들은 행운인 셈이다.

이곳은 애초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이 없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뿐이다.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곳에서 정당한 대가를 통해 열심히 일할 뿐. 일반인과 다른 점이라면 협업이 유난히 잘 이루어진다는 것.


희망작업장에서 작업하는 광경을 지켜보면 어느 것 하나 불협화음이 없다. 어떤 일이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있지만 서로서로 일을 나누고 보태면서 신속하게 작업을 처리한다.

장애 유형별로 불편한 부분은 자유로운 사람이 대신하면서 채우고 메우며 제품을 완성해 나간다.

부족한 부분들을 받고 토스하면서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곳, 희망작업장이다.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도 차별하지도 않는다. 일하는 만큼 보상이 주어질 뿐

아니라 여가 및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지난해 말에는 단합을 위해 제주도로 야유회도 다녀왔다.

결코 이동이 쉽지 않았지만 덕분에 끈끈한 친목을 다질 수 있었다. 순조로운 공동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반여건들이 마련돼 있다. 날이 갈수록 작업장 규모가 커지는 이유도 한편으로는 외부에 모범작업장으로

입소문이 난 때문이기도 하다.


‘협업하는 경쟁력’ 
희망작업장은 사회복지법인 희망세상 산하 4개 시설 중 하나이다. 희망작업장을 비롯해서 경천노인요양원과

희망실버타운, 희망재활원이 한 곳에 자리해 있다. 2004년 9월 가구와 행정봉투, 자동차부품 임가공(와이퍼)을

생산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출발한 희망작업장은 2010년 보건복지부 중증장애인생산품시설로 지정됐다.

그 이듬해인 2011년 11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2015년 매출액 35억원을 달성했다. 그것도 가구에서만.

이곳을 이만큼 키운 것은 허만종 원장의 역할이 컸다. 공채 계약직으로 입사해 이듬해인 2005년 정규직으로 전환,

2012년에 희망작업장의 수장이 됐다. 허 원장이 이곳에 처음 부임했을 때는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오리농법부터

종이접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작업시스템은 고사하고 행정체계도 미비해 바닥고르기부터 터를 닦기까지

14년 남짓한 시간이 소요됐다.

이제는 CAD(컴퓨터를 이용하여 정교하고 복잡한 설계 도면을 모델링하는 소프트 프로그램)를 활용한 도면작업도 손수

해낼 정도가 됐다는 허 원장은 “초기에 입사해서 시스템 미비로 인한 일의 관여가 늘고 배워야 하는 일들도 당연히 많아 팔을

걷어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일이 많다보니 영역 밖의 일까지 많이 배운 셈이다. 농사일부터 행정,

시스템 관리 등등. 지금은 그런 케파가 쌓여 전체를 아우를 수 있게 됐다. 약이 된 거다. 관리자 3명이 장애근로자 4~50명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애로사항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이 많아서 힘든 적은 없단다. 다만 초기에 제품하자가 발생한 경우 장애인이기 때문이라는 편견이 가장

견디기 힘든 고충이었다고. 허 원장은 “장애인이 만들어서 물건이 허술하다는 얘기를 안 듣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그러한 노력들이 품질향상으로 이어져 많은 기관에서 인정을 해준다. 현재는 희망작업장에서 나온 건 다르다는 인식이

생겨 작업장 식구들도 상당히 고무된 상황이다. 현장에 나가면 감독관들이 서로 계약하려고 경쟁을 할 정도다. 입소문도 나서

일이 연계되어 거래처가 많이 확보됐다. 신뢰로 평판이 쌓이니까 기반이 안정화 되더라”며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깨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지역뿐 아니라 어딜 가도 자체 브랜드 에스페니처(Espeniture)를 알아봐준다고.


‘함께 쏘아올리는 희망’
희망작업장은 상주 시내에서 승용차로 30여분 더 들어가야 도착한다. 고즈넉한 산 아래 4~5채 건물이 자리한 작업장

앞마당에서는 출하될 가구들이 트럭에 옮겨지느라 한창이다. LH에 납품되는 가구들이다. 1년에 2~3건의 수의계약이 진행된다.

주로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제품들이다.

제품에 대해서는 이미 중증장애인 생산 품목우수 보건복지부 장관 생산시설 우수시설로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KS마크 인증까지 받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올해는 업계최초로 LH에서 실시한 제품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만점을 획득, ‘최고등급’까지 따냈다. 생산품 지역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성과는 비단 한 사람의

공으로 돌릴 수만은 없을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합심하지 않았다면 매번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일들이 비일비재했을 터.

아마도 리더로서 허 원장의 강단 없이는 어려웠으리라.

허 원장은 지난 10여 년간 일군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추진하고 싶은 일들이 아직 많다. 다만 인력 부족으로 엄두를

못 낼 때가 더 많다. 배정이 가능한 인력은 15명까지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6명만이 배정받아 업무의 한계를 느끼는 상황이다.

행정과 회계를 처리하기에도 역부족인데 심지어 작업장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해 이로 인한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설비의 노후화로 인한 생산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어 종사자들의 고충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허 원장은 함께해온 가족 같은 직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싶은데 제약과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에서는 2~3년마다 노후화한 시설이나 증축 등을 지원해오고 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건물 증축과는 달리

노후화한 설비 교체에 대한 기능보강 지원금은 훨씬 못 미쳐 매년 좌절을 겪는다. 납품기일을 맞춰야 하지만 노후화한 기계로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고 장애인들에게 야근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직원들이 작업장에 나가 일하는 경우도 많다.

기능보강만 이루어져도 작업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더불어 함께하는 힘’
허 원장은 사회복지사 출신이다. 그러면서도 사업가의 기질이 다분한 듯 보였다. 희망작업장을 지금까지 확장해온 과정을

설명하면서도 끝없는 사업아이템들을 쏟아냈다. 희망작업장의 넓은 공터에 철따라 작물을 심어 소출을 내고 싶다는 계획,

상주지역의 백두대간자락에서 잘 자라는 블루베리를 재배할 계획 등 소득증대를 통해 희망작업장을 더 튼튼하고 안정된

작업장으로 가꾸려는 꿈을 그리고 있었다. 희망작업장이 단기간에 이만큼 성장한 건 그의 이러한 사업마인드도 한몫했음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부가적인 소득을 통해 희망작업장 식구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주고 싶은 애정도 엿볼 수 있었다.


“장애를 가졌지만 생산능력이 일반인보다 더 효율적인 경우도 많다. 지적장애를 가진 분들은 정말 일을 잘한다. 수틀리면

고집을 꺾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잘 달래면 다시 열심을 내기도 한다. 정신장애는 콘트롤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인데

이런 경우에는 잠깐 일하고 끝내는 일을 맡기는 게 효율적이다. 꾸준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지체장애인들이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작업장 식구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더 많은 급여를 가져갈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들에게 절실한 근로자립’
희망작업장 가족 중에는 근속연수가 7~8년 이상 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장애유형별로 업무가 다르지만

협업하면서 가장 끈끈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어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제도적인 맹점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희망작업장처럼 행복한 장애인일자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장애등급별로 기초수급을 받는 경우 소득 발생으로 인한 지원이 중지된다는 게 모순이다. 예를 들어, 50만원의 기초생계비를

받는 장애인이라면 근로소득이 발생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액수만큼 삭감된다. 허 원장은 이러한 현실의 모순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유예기간을 두거나 단계적인 적용도 두지 않는 건 상당한 불합리다. 장애인들은 일을

하지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사회복지사업법이 강화되면서 어려운 점은 더 많아질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러면서 허 원장은 “복지는 장애인들도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몸이 불편하지만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를 돕는 게 진정한 복지다. 희망작업장은 그동안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장애유형과 성장주기에 따라 적절한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재활, 자립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장애인의 정상화와 사회통합에 기여해왔다”고 피력했다.


불의의 장애를 입은 사람들에게 소원을 물어보면 한결같이 일하고 싶다고 한다. 공동체가 장애인들에게 적절한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복지정책이 있을까. 일각에서는 ‘기업들도 마지못해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작업환경과 업무를 발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역시 기업들이 장애인들을 되도록 많이 고용할 수 있도록 각종 세제와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장애인고용개발원의 장애인고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을 고용할 경우 기업에 지원하는

장려금은 지난 2010년 이후 오히려 줄었다. 또 국내 30대 기업조차 장애인 고용을 등한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회나 교육청 등

고용의 본보기를 보여야 하는 공공기관에서조차 이러한 현실은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언론사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장애인 고용 실적이 저조한 기관은 633곳이나 됐으며 30대 기업 집단의 경우 24곳의 계열사 64곳이 포함됐다.

아예 고용 자체를 거부하고 고용의무 위반에 대한 부담금으로 때우려는 기업도 있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더욱이 고용을 해도 최저임금 적용도 안 하는 사업장도 많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근로자는 2016년 말 기준 7935명에 이른다.

이는 5년 전인 2012년 3258명에 비해 2.4배 증가한 숫자다. 지난해 6월말 ‘장애인복지법시행령 및 시행규칙개정안’ 시행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에 불을 댕겼으나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대기업에서 실시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자회사형 장애인 사업장’ 같은 제도에 대해서는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또 일반인들과 함께 일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고려해 장애인이

함께 모여 일하기에 적합한 일과 사업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희망작업장과 같은

모범사업장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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