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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칼럼

'벚꽃 엔딩을 위하여 꽃보다 아름다운 삶을 쓰다'

"우리 모두 가야 할 길이라면 그 길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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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37회 작성일 19-09-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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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행복창조, ‘재가노인복지’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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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훈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장


수구초심(首邱初心).
동물인 여우도 그럴진대 하물며 사람은 더 말해서 무엇하랴. 마치 인생은 열정을 다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던 시간들을 뒤집어 제자리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는 건 아닐까. 회귀본능이 자연스런 것이라면 아무런 결과를 껴안지 못하고 왔을지라도 우리에게는 마지막의 위로가 필요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할 때 처음 사람이 된다고 한다. 자녀와의 소통, 직장 동료들과의 소통, 지역사회에서의 소통 등. 때문에 우리는 관계와 소통이 원활해질수록 삶의 질도 풍부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 사람의 내면에 일상의 평화가 무엇인지를 아는 삶의 작은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최소한의 인격과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했다. 그러나 그분들을 통해 사랑을 깨닫고 삶의 의미를 배운다. 오랫동안 함께 웃고 울며 일상에서 행복의 가치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 분 한 분의 삶에 배어 있는 삶의 무게 앞에선 늘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김현훈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장은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이라면 그 길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렇게 고백했다. 봄볕이 벚꽃을 환하게 터뜨리는 4월에 만난 그가 생명의 존엄과 희망의 노년을 들려줬다.


어르신복지, 휴먼어세스먼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12분마다 1명씩 치매(癡呆)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으로도 불리며 85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이 앓고 있다. 김 회장은 “이제 치매는 더 이상 가정 내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부상했다”며 “사회복지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참으로 많은 사연들과 만난다. 대부분 신체적인 불편함이나 치매를 앓고 있어 삶을 주도적으로 영위할 수 없는 분들이다. 누군가의 손길이 없으면 최소한의 인격과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분들이다”고 확인시켜줬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2017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치매 환자 비율이 노인 인구의 10.32%로 76만3000명에 이른다. 전국치매유병률 조사에서도 2024년엔 치매 노인이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료가 어렵고 장기적인 돌봄이 필요한 치매는 가족 간의 불화나 가정파괴로 이어지는 등 최근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꼽힌다.

정부도 지난해 9월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하고 치매에 대한 조기진단과 예방부터 상담·사례관리, 의료지원까지 종합적 치매지원체계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치매 환자의 연간 총 관리비용은 2015년 13조2000억 원(GDP의 약 0.9%)에서 2050년 106조5000억 원(GDP의 약 3.8%)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 평가는 아직까지 진행된 바가 없다.

김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어르신복지의 가장 큰 문제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어세스먼트(assessment)의 부족을 꼽았다. “태어나고 자란 터전이 곧 삶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지역사회중심의 복지가 구축되어야 하고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연대한 돌봄 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며 동시에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어세스먼트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적인 돌봄 체계만이 질 높은 휴먼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 돌봄 체계는 서비스 간에 획일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신체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장기요양서비스도 시설서비스,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 다양한 형태의 시설이 있지만 각각 분리된 채 운영되고 있다. 필요할 때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통합적인 서비스체계가 마련되어야 당사자의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등급외자 중 예방과 사회참여 등 실질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르신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떳떳하고 인간다운 삶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재가노인지원서비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김 회장은 이를 포괄적으로 서비스를 관리할 수 있는 통합모델로 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노인 돌봄 통합서비스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보면 서비스의 보편성, 공평성, 평등성이 약하다. 지역에 따라 서비스의 편차나 불공평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노년의 자화상, 일본 유학길에 오르다
김 회장의 식견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고령화의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서 연유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일찍이 90년대 초에 일본으로 건너가 사회복지 전반을 공부했다. 김 회장은 “일본에서는 중앙정부차원의 치매연구연수센터(도쿄·센다이·오오후)에서 치매케어지도자를 양성하고 이들이 각 지자체에서 치매 관련 종사자들에게 전문교육을 하고 있다. 일본 오오무타시(大牟田市)의 경우 치매 당사자와 가족, 지역사회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치매 노인이 배회할 수 있는 마을 만들기에 성공했다”며 “우리나라도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 중증도별 예방·치료·돌봄 등 통합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치매 환자의 안전과 권리 보호, 가족부담 경감 등 소비자 중심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재가노인복지는 가장 인간다운 생활과 개개인이 존중받는 자립된 삶의 보장이다. 유학을 떠난 계기만 들어봐도 상당한 휴머니스트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김 회장은 젊은 시절 자원봉사활동을 하다가 사회복지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30여 년 전 어느 아동시설에서 네다섯 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를 만난 게 전환점이 되었다. “잠시 같이 놀아준 것뿐이었는데 헤어질 무렵 그 아이가 소맷자락을 잡아당기며 ‘오빠 나 예뻐해 줘야 돼’ 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외롭고 정이 그리웠으면 그랬을까. 그의 가슴이 순간 먹먹해졌다. 애처롭게 바라보던 그 눈빛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유학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유복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홀로 외로이 떠난 유학이었다. 유학을 가면서 들고 간 것은 코펠, 버너, 침낭, 라면 한 박스, 일본어 사전 하나가 전부였다. 잠자리가 없으면 공원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침낭에서 잘지라도 사회복지를 공부해야겠다는 일념에서였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잊지 않기 위해 공부에 매달렸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졸업식 때는 졸업생대표로 답사를 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유학 생활 중에 힘들었던 경험들을 답사에 녹여냈는데 참석자들 모두 눈물의 졸업식이 되었다”며 지난날을 반추하곤 회심에 젖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일본에 건너가 보니 노인문제가 사회문제로 크게 대두해 있었다. 이는 단순히 노인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노인을 돌봐야 하는 중장년층의 문제로, 다시 미래세대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회 전체의 문제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8년 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하는 정도였다. 귀국해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역사회 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을 돕는 가정봉사 파견시설과 어르신주간보호센터였다. 현재 그는 서울 은평구에 소재한 ‘사회복지법인 행복창조’ 이사장이다. 이곳은 현재 노인요양 서비스뿐만 아니라 어르신을 위한 여가시설인 노인복지관, 일자리지원시설인 시니어클럽, 청소년쉼터, 여성쉼터, 보육시설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복지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 하나로 꾸민 시설이다.


일본에서 돌아와 아동과 독거어르신들을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필요한 시설들에 대해 살폈다. 당시는 재가노인복지가 도입되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시기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노년을 보내는 이들에 대한 돌봄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이다. 이시기부터 재가노인지원서비스의 전신이 가정봉사원파견시설 중심이 되고 주간보호, 단기보호 등의 통합적인 시설이 운영되면서 지역중심의 커뮤니티케어가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장기요양이 도입되면서 서비스의 분절과 획일화된 체계가 고착되었다.

김 회장은 지난 십수년이 어쩌면 커뮤니티케어의 잃어버린 세월이 아닌가하는 마음에 씁쓸해 하면서도, 지역중심의 재가노인지원서비스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지역사회 중심 ‘커뮤니티케어’가 희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는 장애인, 정신질환자, 시설아동, 치매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병원, 요양병원, 보호센터 등에 수용해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돌봄 등 각종 사회서비스를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선진국 형 복지 모델 ‘커뮤니티케어‘의 시행을 발표했다. 커뮤니티케어는 이미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인 선진국형 돌봄체계다. 돌봄(Care)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집이나 그룹 홈 등 지역사회(Community)에 거주하면서 복지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서비스의 무게 중심은 ‘중앙 정부와 대규모 시설’에서 ‘지자체와 지역사회’로 옮아가게 될 전망이다. 다만 주거 지원을 중심으로 일상생활, 가사·건강의료·소득·일자리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커뮤니티케어는 우리 협회가 90년대 초반부터 해오던 일이다. 기술축적은 물론 시설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기존 재가노인복지 시설들을 살펴 기능을 보강한다면 효율적일 것이다. 지역사회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시설들이 이미 존재한다. 어르신들의 사회복지를 사정하고 어시스트하는 기능과 조정이 부족할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복지시설을 둘러보곤 감탄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고령화나 저출산 문제를 현재의 기능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투자에 비해 내용이 빈약하다는 게 이유다. 지자체별로 운영되는 다양한 시설이 존재하지만 우리사회에 나타나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지역주민의 욕구를 해결하는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어르신이나 취약계층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장기요양서비스도 재가서비스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획일화된 구조 속에서 시설서비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또 비용과 사회적 편견으로 의료나 요양병원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장기요양보험은 팽창하는 의료비를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와 이용자의 자기선택과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제도화되었지만 현실은 그 취지가 무색하기 짝이 없다. 김 회장은 재가서비스 중심의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왜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했던가’의 원점으로 돌아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지역중심의 커뮤니티케어의 중심 사상은 aging in place(삶터에서의 노후)를 중심으로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과 가치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행정과 주민의 파트너십, 주민상호간의 신뢰관계, 문제중심의 구호가 아닌 예방중심의 복지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면서 “지난 20여 년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가 그 실천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했다.

현재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회원시설은 재가노인지원서비센터와 장기요양관련시설을 포함하면 전국 4000여 곳에 해당한다. 순수한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는 전국에 468개 정도 된다. 김 회장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재가노인복지는 사회복지의 중심축이다. 구호나 상징적인 의미로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해결력을 갖춰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 제도의 입안 과정도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품격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재차 “재가노인복지야말로 인간다운 삶, 자기다운 삶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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